‘보리밭 작가’라 불리는 이숙자는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겨있는 보리밭을 매우 다채롭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특히 작품 속 보리는 마치 화면 밖으로 뛰쳐나올 듯 톡톡 불거져 있는데, 이러한 부조 기법을 한국 채색화에 처음으로 도입하여 독창적 표현방식을 확립하였다. 미술의 소재로 주목받지못했던 보리밭을 회화와 대상으로 승화시키고 놀라운 조형성을 획득해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홍익대학교 미대 시절부터 한국화의 사실적 채색에 천착해 왔다. 한국 채색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발전시키며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일관된 노력을 해왔다. 수십번의 덧 칠을 거듭해야 단아하고 아름다운 색채를 드러내는 재료의 속성 때문에 오랜 인내의 시간과 장인적 기질을 요구한다. 이숙자의 작업태도는 몇 년에 한 작품을 완성할 정도로 열정적이면서 매우 견고하며, 고집스러운 집념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이브의 보리밭 시리즈’는 민족의 한이 서린 보리밭에 여성 누드를 그려 넣어 강렬한 보리밭 에로티시즘을 연상시킨다. 당당하고 자신감에 찬 누드는 한과 슬픔이 어린 보리밭을 자신감 있고 긍정적인 정서로 변환시킨다. 보리밭에 그려진 이브의 모습이 강한 내면적 자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